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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권력에 대한 교회 및 성도의 자세

 

 

각 개인 성도(聖徒)는 이미 천국의 시민권을 소유한 자이나 현재는 이 땅에 속해 이 땅의 시민권을 갖고 있기도 한 존재이다. 또한 그런 개인 성도의 공동체로서의 교회도 궁극적으로는 각자 천국에 속하고 또 천국을 지향하는 자들의 모임이지만 그 자체는 이 지상에 세워진 여러 제도의 하나라는 이중적 특성을 갖고 있다. 그리하여 개인으로서의 성도 및 성도의 공동체로서의 교회가 현재 이 땅의 세상에 대하여 어떠한 자세를 취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야기된다.

 

 본고에서는 이와 관련된 문제의 일부로서 역사상 가장 크게 문제되어온 문제인 물리적 강제력을 전제로하여 통치권을 행사함을 본질로 하는 세속 국가(國家)에 대한 성도와 교회의 자세 문제에 대하여 고찰해 보고자 한다. 단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비록 사탄에 의하여 죄로 오염된 현재의 세상이 영원한 천국이 도래하는 그날까지만 존속되는 것이긴 하지만 현재의 세상도 하나님에 의하여 창조되고 섭리되는 것이라는 사실에서 그 해답이 시작된다. 즉 현재의 세상이 비록 제한성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천국과 이원론적으로 구분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성도의 기본자세가 결정되는 것이다. 한편 이런 세속 국가에 대한 대웅 자세는 물론 그 근본 원리는 같지만 표면적인 양상에 있어서는 공동체로서의 교회와 개인으로서의 각 성도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는바 이제 이를 약술하면 다음과 같다.


1. 교회의 국가에 대한 자세


교회가 세속 국가를 대함에 있어서는 한마디로 교회가 성도의 공동체이듯이 국가도 일반 시민의 공동체이므로 둘 다 공히 일개의 독립된 제도(Institution)로서 상호 고유 관할 영역을 존중한다는영역 주권론(領域主權論)의 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창조주 하나님은 당신의 창조 원리에 따라 인생의 생활을 위한 여러 가지 기본 사회 제도도 창설하셨다. 대표적으로 가정과 국가와 교회가 그것이다. 각 제도는 공히 하나님이 인생의 필요를 위하여 창설한 것으로서 각자 고유한 관할 영역과 고유한 질서 체계를 갖는다. 이러한 각 제도는 각자 자기의 영역 내에서 스스로 배타적 절대 주권을 갖는다. 따라서 한 영역이 타 영역을 간섭내지 침해 한다면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반면 각 제도는 서로 상이한 시 ․공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사회 내에 공존(共存)하는 것이기도 하므로 앞서 말한 대로 자기 고유 영역에서의 배타적 독립성(獨立性)이 인정되어야 하는 동시에 상호 보충 견제하는 유기성(有機性)도 가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영역 주권론의 골자이다.

 

이제 이를 교회와 현실적으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가장 광범위한 관할 영역을 점유하고 있는국가와의 관계에 적용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교회나 국가는 각각의 직제와 인사와 행정에 절대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교회는 국가 사회의 이념이 근본적으로 성경의 원리에 위배되지 않는 한 이에 직접적으로 관여치 않아야 한다. 또한 그 어떤 명분으로도 성도의 공동체로서의 교회가 국가 권력의 장악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 동시에 국가도 교회의 행사가 명백히 정당한 사회 실정법에 위배되지 않는 한 절대 개입할 수 없다.
한편 부당한 집권자에 의하여 국가가 그 권력을 불의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사실상 번번하게 심각한 문제가 되어왔다. 이때에도 교회는 순교자적 자세와 평화적인 방법으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에 근거 한 예언자적 자세로서 그 부당성을 지적 하며 그 불의한 명령에 순복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교회 자체가 혁명이나 폭력적 저항을 시도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는 제도로서의 교회의 영역을 넘는 문제에 개입하는 것으로서 궁극적으로 교회의 변질을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교회사 2000년을 돌아볼 때 이상의 성경적 원리를 무시하여 교회가 국가를 때로는 반대로 국가가 교회를 침범하여 상호 불행과 변질을 가져온 전례가 많음을 기억하면서 우리는 이런 불행이 결코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2. 각 개인 성도의 국가에 대한 자세

 

각 개인 성도는 공동체로서의 교회와는 다른 양식으로 국가와 관련을 맺고 있다. 즉 한 인간은 가정, 직장, 지역 및 기타 단체 등 여러 사회 제도에 복합적으로 동시에 속하는 존재 양식을 갖고 있다. 따라서 교회가 상호 독립된 존재로서 서로 병존하는 양식으로 국가와 관련을 맺고 있다면 각 개인 성도는 교회에도 속하는 동시에 국가 사회에도 속하는 존재로서 국가 사회와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각 개인별 성도의 국가 권력에 대한 대응 자세는 그 양상에 있어서 공동체로서의 교회의 그것과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성도의 국가 권력에 대한 자세는 일차적으로 국가 시민(市民)으로서의 자신의 존재보다 하나님의 성도로서의 자신의 존재를 더 앞세워야 한다는 우선권(Priority)의 원칙과 그리고 동시에 국가도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는 제도이므로 국가 권력 자체가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의 정신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국가 권력에 순복하고 또한 전적으로 한 시민으로서 국가 사회에 참여한다는 조건적 순복(條件的順服)의 원칙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개인 성도는 어차피 천국 시민이요 교회의 일원인 동시에 이 지상에서는 한 시민이기도 한 복합적 정체성(Identity)을 갖고 있는바 필연적으로 양자의 신분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영원한 하늘나라가 일시적 세속 나라에 우선하는 것이 당연하므로 먼저 시민이기 전에 성도로서의 자기 신분에 우선권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만이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국가사회에서는 물론 각급 사회에서 빛을 발할 수 있으며 어차피 여러 사회에 동시에 속해야 하는 한 개인 성도에게 각 사회가 한꺼번에 수용할 수 없는 상이한 요청을 해올 때 혼란을 일으키지 않고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교회 및 기타 제도는 물론 국가도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이 제정하신 제도이다. 따라서 제도로서의 교회가 유기적 관련성을 버리지 않는 범위에서 국가와 독립성을 유지할 권리가 있고 또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할 필연성이 있는 것과 달리 개인으로서의 성도는 국가 사회에 포함된 일원이기도 하기 때문에 국가 권력에 순복하여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시민과 더불어 국가 사회의 질서를 세우게 되는 것인 동시에 궁극적으로 이런 제도를 주신 하나님의 뜻에 순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으로 교회의 지도자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만 교회에 속한 성도에게 지도권을 행사할 수 있듯이 이런 국가사회의 권력을 장악한 자들도 국가라는 제도를 세우신 하나님의 대행자로서만 그 권력의 정당성을 인정받는바 그들의 통치 행위가 명백히 하나님의 섭리의 권리와 위배될 때 성도는 이에 불복종할 권리와 의무도 갖고 있다. 단 이는 일반 정치학에서 논하는 시민권의 일부로서 부당한 국가 권력 행사에 대한 불복종의 권리와는 다른 관점에서의 성도로서의 불복종의 권리와 의무이다.

 

이제 요약하자면 제도로서의 교회가 국가를 향하여 근본적으로는 상호 독립성을 고수해야․하는 것과 달리 각 개인 성도는 성도로서 교회의 일원인 동시에 필연적으로 한 시민으로서 국가사회에도 귀속 될 수밖에 없는바 성도는 이상의 두 원칙을 가지고 국가 안에서 국가 권력을 대하여야한다. 또한 이미 성도가 국가 사회의 일원인 이상 성도로서의 자신의 존재에 우선권을 부여한 상태에서 국가 사회의 모든 분야에 일원으로 당당히 참여할 수 있다. 단 그 어느 때에도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사랑과 회생 그리고 평화의 정신을 늘 유지해야 할 것이다.